본문으로 건너뛰기
고급약 22분

표준 지도 — 내 프로젝트에 어떤 규격이 걸리는가

29119 바깥에 흩어진 품질·안전·프로세스 표준을 네 갈래로 분류하고, 내 프로젝트에 실제로 걸리는 규격이 무엇인지 네 단계 질문으로 판단하는 법을 익힌다.

  • #표준
  • #품질규격
  • #안전규격

개념

모듈 8이 끝난 자리에서 시작한다

모듈 8에서 ISO/IEC/IEEE 29119를 배웠다. 레슨 2에서 확인했듯이 29119는 Part 1(개념·정의), Part 2(테스트 프로세스), Part 3(테스트 문서화), Part 4(테스트 기법)로 나뉜다. 이 네 파트가 답하는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 "테스트를 어떤 순서로 수행하고, 그 결과를 어떤 형식으로 남기는가" 다.

그런데 실무에서 규격 번호를 마주치는 상황을 떠올려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자동차 부품사 채용공고에는 ISO 26262가, 의료기기 회사에는 IEC 62304가, 공공 SI 제안요청서에는 GS인증과 ISO/IEC 25023이 적혀 있다. 29119는 오히려 잘 안 보인다. 왜일까.

29119는 테스트를 수행하는 방법의 표준 이기 때문이다. 반면 위 규격들은 그 바깥에서 다른 것을 정한다. "무엇을 품질이라 부를 것인가", "이 제품은 얼마나 강하게 검증해야 하는가", "우리 팀이 일하는 방식이 충분한가" 같은 질문이다. 이들은 29119를 대체하는 경쟁 표준이 아니라, 29119가 수행할 테스트의 범위와 강도를 바깥에서 결정하는 층 이다.

[도메인 안전 규격]  ISO 26262 / IEC 62304 / DO-178C
      "이 소프트웨어는 ASIL D다 → 이만큼 강하게 검증하라"
                        │  검증 강도를 결정
                        ▼
[품질 모델 규격]    ISO/IEC 25010 / 25023 / 12119
      "무엇을 품질이라 부르고, 어떤 지표로 잴 것인가"
                        │  측정 대상을 정의
                        ▼
[테스트 표준]       ISO/IEC/IEEE 29119   ← 모듈 8
      "그 검증을 어떤 프로세스와 문서로 수행할 것인가"
                        ▲
                        │  그 일하는 방식을 평가
[프로세스 평가]     Automotive SPICE / ISO/IEC 33063 / 20246

이 레슨은 이 지도 전체를 조망한다. 개별 규격의 내용은 레슨 2 이후가 맡으므로, 여기서는 분류하는 틀과 판단하는 기준 만 확실히 잡는다.

표준을 네 갈래로 나누는 틀

수십 개의 규격 번호를 개별적으로 외우는 것은 불가능하고 쓸모도 없다. 대신 네 갈래로 접어두면 처음 보는 번호도 어딘가에 넣을 수 있다.

갈래대표 규격한 줄 정체이 모듈에서
① 제품 품질 규격ISO/IEC 25010, 25023, 12119품질을 정의하고 수치로 측정레슨 2~3
② 도메인 안전 규격ISO 26262, IEC 62304, DO-178C, IEC 62279, IEC 60880사람이 다칠 위험에 비례한 검증 강도 요구레슨 4~5
③ 프로세스 평가·정적 테스트Automotive SPICE, ISO/IEC 20246, ISO/IEC 33063일하는 방식 자체를 점검·채점레슨 6
④ 레거시 문서 표준IEEE 829, IEEE 1008, IEEE 73029119 이전 세대의 문서 양식모듈 8 마지막 레슨

갈래 ① — 제품 품질을 정의하고 측정하는 규격

ISO/IEC 25010 은 소프트웨어 품질을 여러 특성으로 쪼개 정의한다. 기능 적합성·성능 효율성·호환성·상호작용 능력(사용성)·신뢰성·보안성· 유지보수성·이식성이 그것이다. 이 이름들이 중요한 이유는 "품질이 좋다"는 막연한 말을 검증 가능한 항목으로 쪼개주기 때문 이다. 모듈 5에서 배운 비기능 테스트 유형들이 사실상 이 목록과 겹친다.

ISO/IEC 25023 은 그 특성들을 어떤 지표로 잴 것인지를 다룬다. 25010이 "신뢰성이라는 특성이 있다"까지라면, 25023은 "평균 무고장 시간으로 잰다" 같은 측정 방법을 준다. ISO/IEC 12119 는 패키지로 판매되는 소프트웨어 제품이 갖춰야 할 요구사항과 시험 항목을 다루는 오래된 규격으로, 국내 GS(Good Software)인증 의 시험 기준이 이 계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갈래의 특징은 강제되지 않는다 는 점이다. 아무도 웹 서비스에 25010을 지키라고 법으로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계약서와 인증에서 힘을 발휘한다 — "품질이 좋아야 한다"는 계약 문구는 다툼이 되지만, "응답 시간 95퍼센타일 500ms 이하"는 다툼이 되지 않는다.

갈래 ② — 도메인 안전 규격

이 갈래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제품이 오작동했을 때 사람이 다치거나 죽을 수 있는 영역 에 적용되고, 대개 규제·인증과 묶여 있어 사실상 강제된다.

규격도메인위험 등급 체계
ISO 26262자동차 전장ASIL A | B | C | D (+ QM)
IEC 62304의료기기 소프트웨어클래스 A | B | C
DO-178C민간 항공 탑재Level E | D | C | B | A
IEC 62279 (EN 50128)철도 신호·제어SIL 0 ~ SIL 4
IEC 60880원자력 안전 계통1등급 계통 소프트웨어

번호와 도메인이 제각각인데도 이 규격들은 거의 같은 문법 을 쓴다.

  1. 오작동했을 때의 피해 크기와 발생 가능성을 따져 위험 등급 을 매긴다
  2. 등급이 높을수록 요구되는 활동과 증거가 늘어난다 (더 엄격한 커버리지, 더 독립적인 검증자, 더 많은 문서)
  3. 요구사항부터 코드·테스트까지 추적성(traceability) 을 증명해야 한다

테스트 엔지니어 입장에서 이 문법의 실질적 의미는 하나다. 테스트의 강도가 내 재량이 아니라 등급표로 정해진다 는 것. ASIL D 부품에서 "이 정도면 충분히 테스트했다"는 판단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규격이 정한 것이다.

갈래 ③ — 프로세스 평가와 정적 테스트

앞의 두 갈래가 제품을 보는 반면, 이 갈래는 팀이 일하는 방식 을 본다.

Automotive SPICE 는 자동차 산업의 프로세스 평가 모델이다. 완성차 업체(OEM)가 협력사를 심사할 때 쓰며, 프로세스별로 능력 수준(Capability Level)에 점수를 매긴다. 테스트 엔지니어와 직결되는 부분은 소프트웨어 검증 계열 프로세스(SWE.5·SWE.6)이고, 레슨 6에서 다룬다.

ISO/IEC 20246 은 리뷰·인스펙션 같은 정적 테스트 를 규정한다. 코드를 실행하지 않고 문서와 코드를 사람이 검토하는 활동에도 절차와 역할이 있다는 것이 이 규격의 요지다. ISO/IEC 33063 은 테스트 프로세스를 평가하기 위한 모델로, 29119-2가 정의한 프로세스를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 모듈 7에서 배운 TMMi·TPI Next와 목적이 같은 자리에 있는 국제 규격이다.

갈래 ④ — 레거시 문서 표준

IEEE 829 (테스트 문서화), IEEE 1008 (단위 테스트), IEEE 730 (소프트웨어 품질보증 계획)은 29119 이전 세대의 표준이다. 공식적으로는 29119 시리즈로 대체되었지만, 현장의 문서 템플릿에는 여전히 흔적이 남아 있다 — "IEEE 829 형식의 테스트 계획서"를 요구하는 오래된 발주 문서를 지금도 만난다. 이 갈래는 모듈 8의 마지막 레슨(표준 산출물 문서 따라가기) 에서 다루므로, 이 모듈에서는 다시 설명하지 않는다.

각 갈래는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한다

네 갈래를 헷갈리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각 갈래가 답하는 질문을 외우는 것 이다.

① 품질 규격② 안전 규격③ 프로세스 평가
답하는 질문무엇이 좋은 소프트웨어인가이 소프트웨어가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는가우리 팀이 일하는 방식이 충분한가
보는 대상완성된 제품의 속성제품의 위험과 그 통제 증거팀의 활동과 산출물 체계
누가 요구하나고객사·인증기관·우리 자신규제기관·인증기관발주처·완성차 OEM
안 지키면계약 분쟁, 인증 탈락판매·운항 자체가 불가수주 실패, 등급 하락
대표 산출물품질 측정 보고서안전 케이스, 추적성 매트릭스프로세스 평가 결과 리포트

같은 프로젝트에 세 갈래가 동시에 걸릴 수 있다. 자동차 부품사는 ISO 26262 (②)를 지키면서 Automotive SPICE(③) 심사를 받고, 고객사가 요구하는 품질 지표(①)를 함께 보고한다. 갈래는 배타적 분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층 이다.

내 프로젝트에 무엇이 걸리는지 판단하는 순서

지도를 그렸으면 다음 질문은 하나다 — 나에게는 무엇이 걸리는가. 순서가 중요하다. 강제력이 강한 것부터 확인 해야 시간을 아낀다.

Q1. 이 소프트웨어의 오작동이 사람의 생명·신체를 해칠 수 있는가?
    ├ 예 → 갈래 ② 확정. 도메인으로 규격이 결정된다
    │       자동차=ISO 26262 / 의료=IEC 62304 / 항공=DO-178C
    │       철도=IEC 62279 / 원자력=IEC 60880
    └ 아니오 ↓
 
Q2. 제품을 팔거나 운영하려면 규제기관·인증기관의 허가가 필요한가?
    ├ 예 → 그 기관이 인정하는 규격이 곧 요구사항이다
    │       (의료기기 인허가 심사 → IEC 62304 + 위험관리 문서)
    └ 아니오 ↓
 
Q3. 발주처·고객사가 계약서·RFP에서 특정 규격을 요구하는가?
    ├ 예 → 계약 문구에 적힌 규격과 등급을 그대로 확인
    │       (공공 SI의 GS인증 / OEM의 A-SPICE 능력 수준 2)
    └ 아니오 ↓
 
Q4. 우리가 자발적으로 채택할 이유가 있는가?
    ├ 예 → 갈래 ①·③에서 필요한 부분만 골라 쓴다
    │       (품질 목표를 부르는 공통 언어, 수출 대응, 영업 자산)
    └ 아니오 → 표준 문서 체계 대신 팀 규모에 맞는 경량 프로세스

두 가지를 주의한다. 첫째, 이 질문들은 배타적이지 않고 누적된다. Q1에서 걸렸다고 Q3을 건너뛰면 안 된다. 둘째, Q1의 답이 애매한 경우가 실무에서 가장 많다 — 그럴 때는 혼자 판단하지 말고 Q2로 넘어가 규제 기관이 이 제품을 무엇으로 분류하는지 를 확인하는 편이 훨씬 빠르고 안전하다.

네 가지 시나리오에 적용해보기

시나리오Q1 안전Q2 규제Q3 계약Q4 자발결론
웹 서비스 스타트업아니오아니오아니오예걸리는 인증 없음. ①을 언어로만 차용
자동차 부품 협력사예예예—②+③ 전면 적용, ① 지표 보고
병원 EMR경우에 따라결정적예—Q2 분류 결과가 전부를 가른다
공공 SI아니오아니오예—①이 계약 조건으로 들어온다

웹 서비스 스타트업 — 구독형 SaaS를 만든다. 오작동해도 사람이 다치지 않고, 판매에 인증이 필요 없으며, 고객이 규격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표준이 무용한 것은 아니다. ISO/IEC 25010의 특성 목록을 비기능 요구사항 체크리스트로 빌려 쓰면 "성능은 생각도 안 했다" 같은 누락을 막을 수 있다. 다만 개인정보·전자금융처럼 소프트웨어 안전과 무관한 별개 규제 는 이 흐름도 바깥에서 따로 확인해야 한다.

자동차 부품 협력사 — ECU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Q1·Q2·Q3이 모두 걸린다. ISO 26262로 ASIL 등급을 받고, 등급에 따라 요구되는 커버리지와 검증자 독립성이 정해지며, 그 위에 OEM의 Automotive SPICE 심사가 얹힌다. 테스트 엔지니어의 하루는 요구사항-테스트 케이스 추적성을 증명 가능한 형태로 유지하는 일 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병원 EMR — 전자의무기록 시스템 자체는 보통 의료기기로 분류되지 않지만, 진단이나 치료 판단에 직접 관여하는 기능이 붙으면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규제 대상이 된다. 같은 제품인데 기능 하나로 갈래가 바뀌는 대표적인 사례 다. 그래서 Q1을 혼자 고민하는 대신 Q2 — 규제기관이 이 제품을 어떻게 분류하는지 — 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규제 대상이면 IEC 62304와 위험관리 문서가 따라오고, 아니면 병원 발주 요구사항과 갈래 ①의 문제로 좁혀진다.

공공 SI — 제안요청서에 "GS인증 1등급 제품"이 요건으로 적혀 있다. 안전 규격도 규제도 아니지만 Q3에서 걸린다. 이때 필요한 것은 갈래 ①이다 — 25010의 특성을 25023 계열의 지표로 측정해 시험 성적서로 제출하는 흐름이 된다. 계약이 품질 규격을 강제력 있는 요구사항으로 바꾸는 경로 다.

규격 번호를 만났을 때의 30초 판단법

처음 보는 번호가 문서에 등장했을 때, 검색하기 전에 번호 자체가 주는 힌트가 있다.

번호 패턴대개 어느 갈래인가예
ISO/IEC 25xxx (SQuaRE 시리즈)① 품질 모델·측정25010, 25023, 25040
ISO/IEC/IEEE 29119테스트 프로세스 (모듈 8)29119-1 ~ -5
ISO/IEC 330xx③ 프로세스 평가33001, 33063
IEC 6xxxx② 기능안전 계열이 많다61508, 62304, 62279, 60880
DO-xxx (RTCA), ED-xxx (EUROCAE)② 항공DO-178C, DO-254
IEEE 8xx④ 레거시 문서 표준829, 730

번호 규칙은 힌트일 뿐 근거가 아니다. 반례가 곧바로 나온다. ISO 26262는 IEC 61508에서 파생된 기능안전 규격인데 번호는 ISO 26xxx다. Automotive SPICE는 애초에 ISO 번호가 아니라 자동차 산업 단체가 관리하는 모델이다. 그래서 30초 판단 뒤에는 반드시 세 가지를 확인한다.

  1. 원문의 Scope 절 — 그 규격이 스스로 밝힌 적용 범위. ISO의 온라인 열람 플랫폼(OBP)에서 Scope는 대개 무료로 볼 수 있다
  2. 판(edition)과 연도 — ISO 26262:2011과 2018은 적용 대상 차량 범위부터 다르다. 계약서에 연도가 없으면 어느 판인지 되물어야 한다
  3. 파트 번호 — 여러 파트로 나뉜 규격은 파트마다 대상이 다르다. ISO 26262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은 Part 6이고, 계약서가 "ISO 26262 준수"라고만 적혀 있으면 어느 파트까지인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표준 준수는 최소선이지 상한이 아니다

모듈 8 레슨 1에서 "표준을 도입한다고 결함이 저절로 줄지는 않는다" 는 점을 확인했다. 이 문장은 안전 규격에도 그대로, 오히려 더 강하게 적용된다.

표준이 요구하는 것은 제3자에게 증명 가능한 최소선 이다. 표준은 "이만큼은 했다는 것을 서류로 보일 수 있어야 한다"를 정할 뿐, "이만큼 했으면 안전하다"를 보장하지 않는다.

표준이 요구하는 것좋은 테스트가 더 하는 것
커버리지등급별 구조 커버리지 목표 달성커버리지가 채워지지 않는 위험 시나리오 탐색
추적성요구사항과 테스트의 연결 증명요구사항 자체가 틀렸을 가능성 검토
리뷰정해진 절차대로 리뷰 수행·기록리뷰에서 나온 지적이 실제로 설계를 바꿨는가
문서필수 항목이 빠짐없이 채워짐그 문서를 읽고 실제로 판단이 가능한가

구조 커버리지를 100% 채워도 요구사항이 애초에 틀렸다면 그 커버리지는 틀린 것을 성실히 검증한 기록일 뿐이다. 그래서 표준을 만날 때 유지해야 할 태도는 모듈 8에서 익힌 것과 같다 — 요구 항목을 하나씩 보며 "왜 이 문서를, 왜 이 활동을 요구하는가" 를 묻는 것.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으면 규격이 바뀌어도, 처음 보는 도메인 규격을 만나도 대응할 수 있다.

실무에서 왜 필요한가

규격 지도를 갖고 있으면 실무에서 세 가지가 달라진다.

첫째, 계약서와 제안요청서를 읽을 수 있다. "본 사업의 산출물은 ISO/IEC 25023에 따른 품질 측정 결과를 포함한다"는 한 줄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즉시 알면, 견적과 일정에 그 작업을 넣을 수 있다. 모르면 프로젝트 후반에 발견하고 일정을 갈아넣게 된다.

둘째, 테스트 계획의 강도를 근거 있게 정할 수 있다. 모듈 4에서 테스트 계획을 배웠는데, 그때 "얼마나 테스트할 것인가"는 리스크 판단에 달려 있었다. 안전 규격이 걸리는 프로젝트에서는 그 답의 상당 부분이 등급표로 이미 정해져 있다. 규격을 모르면 협상의 여지가 없는 항목을 두고 논쟁하며 시간을 쓴다.

셋째, 처음 보는 도메인으로 이직해도 자세를 잡을 수 있다. 규격의 세부 조항은 그때 읽으면 되지만, "이 도메인의 규격은 위험 등급을 매기고 등급별로 검증 강도를 정하는 구조겠구나"라는 예측은 지도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 예측이 규격서를 읽는 속도를 완전히 바꾼다.

채용시장에서의 위치

이 레슨의 능력은 단독으로 채용공고에 적히지는 않는다. 공고에 적히는 것은 "ISO 26262 ASIL D 경험" 같은 구체적인 규격 이름이다. 하지만 면접에서 규격 경험을 이야기할 때 지도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답이 다르다.

없는 사람은 자기가 해본 규격의 절차만 말한다. 있는 사람은 "그 규격은 위험 등급에 따라 검증 강도를 정하는 계열이고, 저는 거기서 추적성 유지와 등급별 커버리지를 담당했으며, 같은 구조라면 다른 도메인 규격도 접근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후자는 한 규격의 경험을 이전 가능한 역량으로 제시하는 답 이다.

규제 산업으로 이동하려는 사람에게는 더 직접적이다. 자동차·의료·항공은 경력 채용에서 규격 경험을 강하게 보지만, 신입·전환자에게는 "이 도메인의 규격 체계를 이해하고 있는가"를 먼저 확인한다. 지도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이 그 확인을 통과하는 최소 조건이다.

실습 과제

과제 1 — 내 프로젝트에 판단 흐름 적용하기 (10분)

지금 다니는 회사(또는 마지막으로 참여한 프로젝트)의 제품 하나를 골라 Q1~Q4를 순서대로 답한다. 각 질문마다 "예/아니오"와 그 판단의 근거 (누가 요구했는지, 어떤 문서에 적혀 있는지)를 함께 적는다. 근거를 못 적는 질문이 있다면 그것이 확인해야 할 항목이다.

과제 2 — 규격 번호를 갈래에 배정하기 (8분)

다음 여섯 개를 네 갈래 중 하나에 배정하고, 각각이 답하는 질문을 한 문장으로 적는다. 번호만 보고 먼저 추측한 뒤, 검색해서 맞았는지 확인한다.

  1. ISO/IEC 25040
  2. IEC 61508
  3. IEEE 730
  4. ISO/IEC 20246
  5. DO-254
  6. ISO 26262-6
해설 보기
  1. ISO/IEC 25040 — 갈래 ①. SQuaRE 시리즈의 품질 평가 프로세스를 다룬다. 25xxx 규칙이 그대로 맞는 경우다.
  2. IEC 61508 — 갈래 ②. 전기·전자·프로그래머블 전자 시스템의 기능안전 일반 규격으로, 62304·62279 등 도메인 규격들의 뿌리다.
  3. IEEE 730 — 갈래 ④. 소프트웨어 품질보증 계획에 관한 레거시 문서 표준이다.
  4. ISO/IEC 20246 — 갈래 ③. 리뷰·인스펙션 같은 정적 테스트의 절차를 다룬다. 번호만 보면 25xxx도 29119도 아니라 추측이 어려운 대표적인 예다.
  5. DO-254 — 갈래 ②. 다만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항공 전자 하드웨어 를 다룬다. DO-178C의 하드웨어 짝이므로, 번호 계열만 보고 소프트웨어 규격이라 단정하면 틀린다.
  6. ISO 26262-6 — 갈래 ②. 자동차 기능안전의 파트 6, 즉 소프트웨어 수준의 제품 개발이다. 파트 번호를 확인해야 무엇이 대상인지 확정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과제 3 — 계약 한 줄을 요구 작업으로 번역하기 (12분)

가상의 제안요청서에 다음 문장이 있다고 하자.

"수행사는 산출물에 대해 ISO 26262 준수를 입증하고, Automotive SPICE 능력 수준 2를 만족함을 증빙한다."

이 한 줄에서 확정되지 않은 것 세 가지 를 찾아내고, 발주처에 되물어야 할 질문으로 바꿔 적는다.

해설 보기

되물어야 할 것은 최소 세 가지다.

  • 어느 파트까지인가 — ISO 26262는 여러 파트로 나뉘고 소프트웨어 개발은 Part 6이다. "준수"라고만 적히면 시스템·하드웨어 파트까지 요구하는지 알 수 없다.
  • 어느 판(edition)인가 — 2011년판과 2018년판은 적용 대상 범위가 다르다. 계약서에 연도가 없으면 나중에 해석 다툼이 된다.
  • 어느 ASIL 등급인가 — 검증 강도, 요구 커버리지, 검증자 독립성이 전부 등급에서 나온다. 등급이 확정되지 않으면 견적 자체가 불가능하다.

여기에 하나 더 얹으면 좋다 — Automotive SPICE 능력 수준 2를 어떤 프로세스 범위에 대해 요구하는가. 전체 프로세스인지 소프트웨어 검증 계열(SWE.5·SWE.6)만인지에 따라 작업량이 크게 달라진다.

과제 4 — 갈래별 질문 카드 만들기 (5분)

갈래 ①·②·③에 대해, 각각 "이 갈래가 답하는 질문"과 "안 지켰을 때 벌어지는 일" 을 한 장의 카드처럼 세 줄로 정리한다. 규격 번호를 보지 않고도 갈래를 떠올릴 수 있는지 스스로 시험하는 용도다.

자가 체크리스트

  • ISO/IEC/IEEE 29119와 이 모듈의 표준들이 서로 다른 층에 있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 표준을 네 갈래(품질 모델·도메인 안전·프로세스 평가·레거시 문서)로 나누고 각각의 대표 규격을 댈 수 있다
  • 각 갈래가 답하는 질문("무엇이 좋은가"·"사람을 다치게 하는가"·"우리 방식이 충분한가")을 구분해 말할 수 있다
  • Q1~Q4 판단 흐름을 순서대로 적용해 내 프로젝트에 걸리는 규격을 추려낼 수 있다
  • 이 질문들이 배타적 분기가 아니라 누적된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 도메인 안전 규격들이 공유하는 세 가지 공통 문법(위험 등급·등급별 요구 강화·추적성)을 말할 수 있다
  • 규격 번호 패턴으로 갈래를 추측하되, 왜 그것을 근거로 삼으면 안 되는지 반례를 들 수 있다
  • 처음 보는 규격에서 Scope·판·파트 번호 세 가지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 표준 준수가 "증명 가능한 최소선"이지 좋은 테스트의 상한이 아니라는 것을 예를 들어 설명할 수 있다
  • 계약서의 규격 요구 한 줄에서 확정되지 않은 항목을 찾아 질문으로 바꿀 수 있다

흔한 실수

  • 규격 번호 규칙을 신뢰해 원문 Scope를 확인하지 않는다. ISO 26262는 ISO 번호를 달고 있지만 IEC 61508 계열의 기능안전 규격이고, DO-254는 DO-178C와 번호가 이웃이지만 하드웨어를 다룬다. 번호는 첫 추측을 빠르게 해줄 뿐, 근거는 언제나 원문의 적용 범위다.
  • 판(edition)과 파트 번호를 빼놓고 "준수"만 이야기한다. 같은 규격도 판이 다르면 요구가 다르고, 파트가 다르면 대상이 다르다. 계약과 견적은 이 셋이 확정된 뒤에야 성립한다.
  • 갈래를 배타적 분류로 오해한다. 안전 규격이 걸리면 품질 규격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 규제 산업 프로젝트는 세 갈래가 동시에 걸리는 경우가 흔하다.
  • Q1(안전)을 혼자 판단하려 한다. EMR처럼 경계에 있는 제품은 개인의 상식이 아니라 규제기관의 분류가 답이다. 애매하면 Q2로 넘어가 분류 기준을 확인하는 것이 빠르고 안전하다.
  • 표준이 요구하는 항목을 채우는 것과 잘 테스트하는 것을 같다고 본다. 커버리지 목표를 채워도 요구사항 자체가 틀렸으면 틀린 것을 성실히 검증한 기록이 남을 뿐이다.
  • 아무 규격도 안 걸리는 프로젝트에서 표준이 쓸모없다고 결론짓는다. 25010의 특성 목록을 비기능 요구사항 체크리스트로 빌려 쓰는 것만으로도 누락을 크게 줄인다. 인증을 받는 것과 언어를 빌리는 것은 다른 일이다.
  • 레거시 표준을 이름만 보고 무시한다. IEEE 829는 공식적으로 대체 되었지만 오래된 발주 문서와 사내 템플릿에는 여전히 살아 있다. 대체 되었다는 사실과 현장에서 마주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 규격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려 한다. 모듈 8 레슨 2에서 29119를 파트별로 나눠 필요한 곳만 찾아본 것과 똑같이, 이 갈래의 규격들도 "내 질문이 어느 파트에 있는가"부터 좁히는 것이 정석이다.

참고 자료

낯선 말 풀이

이 레슨에 나온 약어입니다. 본문에서도 처음 나올 때 점선으로 표시해 두었습니다 (제목과 링크 글자는 그대로 둡니다).

ISO/IEC/IEEE — 세 단체 공동 표준
세 국제 단체가 함께 낸 표준이라는 표시.
ISO — 국제표준화기구
여러 나라가 모여 "이건 이렇게 하자"를 문서로 정하는 단체. 그 문서 자체를 번호로 부른다.
IEC — 국제전기기술위원회
전기·전자 분야의 국제 규격을 만드는 단체.
SI — 시스템 통합 사업
고객이 발주한 시스템을 받아서 만들어 주는 사업 형태. 국내 정보기술 업계의 큰 축이다.
GS — 지에스 인증
국내 소프트웨어 품질 인증. 받으면 공공 조달에서 유리해진다.
ISO/IEC — 국제표준화기구·국제전기기술위원회 공동 표준
두 국제 단체가 함께 낸 표준이라는 표시. 뒤에 붙는 숫자가 문서 번호다.
DO-178C — 항공 소프트웨어 인증 지침
비행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만들고 증명해야 하는지 정한 문서.
SPICE — 스파이스
개발 과정을 항목별로 평가하는 국제 틀. 자동차 분야 변형이 널리 쓰인다.
IEEE — 전기전자기술자협회
전기·전자·컴퓨터 분야의 세계 최대 기술자 단체. 규격도 만든다.
ASIL — 자동차 안전 완전성 수준
자동차 분야의 위험 등급. A부터 D까지이고 D가 가장 엄격하다.
EN — 유럽 표준
유럽 공통 표준 문서에 붙는 번호 앞머리.
SIL — 안전 완전성 수준 · 소프트웨어 포함 시험
이 커리큘럼에서 두 가지로 쓰인다. ① 고장이 났을 때 사람이 다칠 위험이 큰 정도에 따라 매기는 안전 등급(숫자가 클수록 엄격하다) ② 설계 모델이 아니라 실제로 만들어진 코드를 개발용 컴퓨터에서 돌려 보는 시험 단계. 앞뒤 문장에 등급 숫자가 있으면 ①, 모델·실물 시험과 나란히 나오면 ②다.

이 레슨에 나온 나머지 5개를 포함해 용어집 전체 보기